감독 : 박훈정
출연 :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개봉 : 2013.02.21.
제목 : 신세계
신세계 줄거리
단순 폭력 조직에서 기업형 조직으로 진화한 골드문 그룹의 회장 석동출(이경영)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그로 인해 그룹은, 갑작스럽게 새로운 회장을 선출해야 하는 혼란의 상황을 맞게 된다. 회장 후보로는 범재범파의 실질적 리더 이중구(박성웅), 화교 출신 수하들을 거느리는 정청(황정민), 공식 서열은 2위이지만, 사실상 반 은퇴 상태인 장수기(최일화) 등이 거론된다. 경찰청 수사기획과 강과장(최민식)은 친구이자 상사인 고국장(주진모)과 함께 언더커버 역할을 수행하는 이자성(이정재)을 6년 전부터 골드문에 투입시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 골드문 그룹이 마피아처럼 더욱 견고하게 성장하여, 경찰에서도 손을 쓸 수 없게 되기 전에, 그 후계자 결정에 개입하려는 거대한 프로젝트명이 바로 신세계다.
조폭과 경찰의 이중생활로 몸과 마음 모두 혼란스러움에 고뇌하는 이자성에게 강과장은 약속한 계약기간이 지나도, 더욱 막중한 임무를 계속해서 부여한다. 강과장은 이중구의 각종 범죄 행위를 문제 삼아 구속하고, 정청에게는 조직 내의 언더커버 조직원, 일명 프락치의 정보를 흘려준다. 이중구의 재범파는 구속의 원인을 정청의 신고로 오해하여, 그와 그의 부하들을 제거하기 위해 유혈 행동에 나서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정청은 프락치의 정체가 그의 친동생과도 같은 이자성임을 알게 되지만, 그를 제거하기보다는 살려두는 선택을 하게 된다. 결국, 강과장의 큰 그림은 이중구도 정청도 아닌, 장수기를 바지로 앞장 세우고, 이자성이 골드문을 접수하는 데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꿈꾸던 신세계
이중구는 골드문으로의 조직 합병 과정에서 정청에게 서열 3위의 자리를 내주어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그 억울함을 강인함으로 이겨내려는 상남자 캐릭터다. 석회장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도, 가장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고, 고래고래 언성을 높이며 대외적으로 불같이 분노를 표현한 유일한 조직원이다. 혹자는 이중구가 경찰로써 조직에 잠입한 언더커버였다가, 강과장과의 마찰로 인해 경찰직을 그만두고 조폭이 되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석회장의 빈소에서 이중구가 강과장에게, 옛날이나 지금이나 말 함부로 하시는 건 여전하다고 하는 대목에서 둘은 예전에 동료관계였을 가능성이 시사된다. 강과장과 이자성의 대화에서도 오래전에 딱 한번 조직원으로 돌아선 케이스가 있었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그 케이스가 바로 이중구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경찰로부터의 배신감으로 이중구는 조직원으로 성공해서 결국 골드문을 접수하고 경찰 조직마저 쥐락펴락 하게 될 큰 꿈을 꾸지 않았을까 싶다.
정청은 여수 화교 출신으로 원래 북대문파의 두목으로 있다가, 석동출의 재범파와 조직을 합치면서 골드문 그룹의 넘버 3으로 자리매김한 인물이다. 골드문의 주요 사업을 맡고 있고, 중국 삼합회와의 접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조직 내에서는 대체로 그를 석회장의 후계로 보고 있었다. 이중구에 비해 그는 스스로 넘버 1이 되고 싶은 야망은 덜 해 보였으나, 조직의 안정성과 사내 정치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중구의 회장 선출만은 막고 싶어 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직 내에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특유의 유머 감각과 결코 가볍지 않은 유쾌함,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 확실히 보여주는 결정력과 추진력은, 정청을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 준다. 그는 아마도 조직(정치쟁이 이사들), 가족(조직원), 브라더(이자성)를 위해서 골드문의 회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이자성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강과장이 심어 놓은 경찰 프락치이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는, 보스이자 브라더(형님)를 잘 보필하며, 조직원들까지 잘 거느리는 충성스럽고 이성적인 캐릭터이다. 경찰과 조폭의 경계를 하루에도 수차례씩 넘나드는 신체적, 정신적 압박의 상황에, 자성의 표정은 항상 어둡기만 하다. 단 한 번도, 자신의 뜻대로 무엇인가를 할 수 없이, 주인의 말만 따라 하는 새장 속의 앵무새. 그 의 삶은 앵무새보다도 슬퍼 보였다. 아끼던 부하마저, 사랑하는 아내마저, 그를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지옥 같은 하루하루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그가 꿈꾸는, 아니 그가 도피하고 싶었던 신세계가 아니었을까 싶다.
총평
신세계는 수많은 명대사를 낳으며, 명품 누아르 영화라고 평가받고 있다. 무간도, 디파티드 등 해외에서도 언더커버를 소재로 한 유명한 영화들이 있지만, 저자는 신세계를 인생영화로 삼고 있다. 각각의 캐릭터들의 매력과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 숨 막히는 스토리 전개는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2편(Prequel)과 3편(Sequel)의 제작과 관련된 소문만 무성했을 뿐, 번번이 무산돼버린 현실이 안타깝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 같다.
나는 그리고 당신은 인생에서 어떤 신세계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가? 영화 신세계는 단순히 배우들의 멋진 연기만 선사한 것이 아니라,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가끔씩은 우리에게도 정청과 같은 정신적 멘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언가의 결정이 어렵고 고민스러울 때, 든든하게 말해 줄 수 있는 큰 형님 같은 멘토 말이다. 상황이 상황이긴 하다만, 편하게 생각해라. 결국엔 다 잘 될 거니까, 우리 브라더는 딱 이 X 같은 형님만 믿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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