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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인생영화리뷰] 내부자들 Inside Man 2015

by 푸름다온 2023. 1. 31.

포스터-내부자들
포스터-내부자들

감독: 우민호

출연: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개봉: 2015.11.19.
제목: 내부자들

 

내부자들 줄거리

 영화는 안상구(이병헌)의 기자회견으로 시작한다. 그는 잃어버린 오른손에 차고 있던 의수를 보여주며, 미래자동차가 한결은행에서 3천억을 불법으로 대출받아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중 300억을 장필우(이경영)의 선거자금으로 건넨 증거를 제시한다. 장필우를 정치에 입문시킨 조국일보 이강희(백윤식) 논설주간 또한 관련자로 언급이 된다.   

 

 대선을 앞둔 2년전, 청와대는 장필우의 정치 라이벌인 김석우 의원을 차기 대권 주자로 밀고 있어, 장필우의 결함을 찾아내려 혈안이 되어 있었다. 경찰 출신 검사 우장훈(조승우)은 배경도 족보도 없어, 늘 승진에서 누락되는 억울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장필우 의원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먼저, 미래자동차 비자금 관리의 담당자였던 재무팀장 문일석(류태호)을 찾아간다. 그러나, 문일석은 화장실에서 안상구의 부하들에게 납치를 당한다. 안상구는 문일석을 심문해 미래자동차 오너 오현수(김홍파)의 비자금 파일을 손에 넣고, 그것을 믿고 모시던 형님인 이강희 주간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건의 기획자에게 자료를 상납해버린, 여우 같은 곰의 실수였다. 결국, 그는 미래자동차 조상무(조우진)에게 오른손을 잃게 된다.

 

 불편한 몸이 된 안상구는 나이트 화장실에서 손님들에게 부당한 팁을 갈취하며 숨어 지낸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장필우에 의해 도청되고 있었다. 상구는 화끈한 복수극을 준비하고 후배 박사장(배성우)과 주은혜(이엘)를 섭외했지만, 결국 작전은 실패로 돌아간다. 장필우와 이강희는 미래자동차 비자금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한결은행 석명관으로 하여금 검찰 조사에 응하게 하고, 성접대 영상 폭로 협박을 하여, 결국 그를 자살하게 만든다. 이강희는 검찰의 과잉 수사를 비판하는 논설을 써서 담당 검사인 우장훈을 지방으로 좌천시킨다. 안상구의 뒤를 쫓아 그의 복수 계획을 알아내게 된 우장훈은 그가 추구하는 정의와 승진을 위해서, 그리고 안상구의 복수를 위해서 함께 더욱 치밀한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 끝내, 우장훈이 그들의 내부자가 되어 사건의 내막을 그들의 알몸과 함께 낱낱이 세상에 고발한다.  

   

뻔한 결말의 스토리를 몰입시킨 배우들의 연기력 

 정경유착과 부패한 언론의 문제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대한민국의 현대사 이래로 모두에게 익숙한 이슈이며, 늘 접하게 되는 기삿거리였다. 그로 인해,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흔하게 다루어진 소재이다. 어찌 보면 뻔한 스토리와 결말이 예상됨에도 영화의 몰입감을 더해 준 것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였다.

 

 이병헌이 사투리를 쓰는 연기는 아마도 이 영화에서 처음 본 듯하다. 그는 전라도 출신이 아님에도, 생애 첫 사투리 연기를 적당한 억양과 적재적소에 유머스러운 전라도 특유의 감성으로 풀어냈다. 야생적인 스타일에서 스마트한 이미지로, 코믹에서 진중함으로, 그 경계를 그처럼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싶다.

 

 그와 함께 한 상대편이자 파트너, 조승우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10살이나 나이가 많은 깡패 안상구와의 기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팽팽하게 본인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안상구와의 말다툼에서 잠시 억양이 풀렸던 장면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강단 있으면서 치밀한 검사의 역할을 누구보다도 잘 소화해주었다. 

 

 조국일보의 논설주간 이강희 역의 백윤식은 범죄의 재구성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두말하면 잔소리인 본인의 스타일로 사건의 핵심 설계자로서의 포스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안상구, 우장훈과의 삼각편대를 형성해 영화 전체의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데 무게중심의 한축을, 극 중의 이강희가 모든 인물과 시나리오, 대중들까지 컨트롤하듯이, 그야말로 압도했다. 

 

 여러 영화에서 훌륭한 위인과 빌런을 넘나들며, 비중 있는 역할을 하는 이경영은 정말 대체 불가한 배우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오현수 회장 역의 김홍파도, 정치, 언론과 유착한 대기업 회장의 모습을 카리스마와 철학적 언변을 장착시켜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조상무 역의 조우진도 스마트하지만, 너무도 태연한 잔인함으로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적은 분량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드디어 본인의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총평

 이 영화는 이미, 드라마 미생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을 울렸던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그의 리얼한 스토리 구성이 우민호 감독의 디렉팅과 결합되어 또 하나의 명작을 만들어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음에도, 영화 속 이야기는 언제 어디에서나 있을법한 불편한 이슈를 건드렸고, 누군가는 현실보다 미약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감독의 의도였는지 몰라도, 안상구는 전라도, 우장훈은 경상도의 언어를 썼다. 둘은 시종일관 티격태격, 좌충우돌하며, 서로를 견제하고 대립각을 세웠지만, 결국 합심하고 힘을 합쳐, 윈윈(Win-Win)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아직도 해묵은 지역감정의 이슈를 향해, 두 캐릭터를 통한 화합의 메시지를 던지지 않았나 하는 점은 우연이었더라도 보기 좋은 설정이었다.  

 

 또한, 이 영화는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수많은 명대사를 낳은 작품임에도 이견이 없다. 이강희 주간은 오회장을 안심시키며 얘기했었다. 어차피 대중들을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우리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야기할 만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예상치 못한 다른 분야의 사건으로 대중의 관심을 돌리고, 알게 모르게, 원래의 사건은 유야무야 묻어 없어져버리는 경험을 많이 해봤다. 그러나, 극 중 상구가 복수심에 불타는 그를 만류하는 은혜에게 조언하듯, 추억은 가슴에 묻고, 떠난 버스에 미련을 버릴 수만은 없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아직도 그 원한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다.

 

 내부자가 되어 사건을 해결한 우장훈이 검찰의 고위직이 아닌, 변호사가 되어버린 결말도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상구의 푸념처럼, 정의, 아직도 그런 달달한 것이 대한민국에 남아있긴 한 것인가? 배우들의 찐한 연기를 느끼며 재미있게 영화를 감상하긴 했지만, 부패와 비리가 너무나 익숙해서, 때론, 큰 잘못이 아닌 것처럼 용서되는 문화가 언젠가는 구시대의 산물로 전락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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