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박찬욱
출연: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개봉: 2003.11.21.
제목: 올드보이
올드보이 줄거리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던 오대수(최민식)는 하나뿐인 딸의 생일날,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딘가로 납치를 당했다.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영문이고, 여긴 어디이며, 얼마나 오랫동안 이 생활은 계속되어야 하는가? 갑작스러운 감금생활을 믿을 수 없었던 대수는, 1년에 한 개씩 문신을 새기고, 자신을 가둔 사람에 대한 복수심을 곱씹으며 상상훈련으로 시간을 보낸다. 어느덧 15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대수는 납치당했던 그 장소에서 세상 밖으로 풀려나게 된다. 누군가가 전달해준 돈과 핸드폰을 받고 일식집으로 들어간 대수는 미도(강혜정)와 만나게 된다. 그때, 울리는 전화에 대수는 누구냐 너라고 질문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자신이 누군가는 중요하지 않고, 왜가 중요하다고 한다. 오랜만에 산낙지를 씹어먹던 대수는 미도의 손길이 닿자,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다음 날, 그는 미도의 집에서 정신을 차리게 된다. 대수의 옥중일기를 읽은 미도는 대수를 연민하게 되고, 그와 함께 그를 감옥에 가둔 사람을 찾아 떠난다.
15년간 삼시세끼 먹은 군만두 속 전표에서 보았던 두 글자는 청룡이다. 전국의 청룡이란 이름이 들어간 중국집을 순방한다. 드디어 그 맛의 만두와 사설 감옥을 찾아내고, 감옥 주인 박철웅(오달수)의 생니 15개를 뽑아 복수를 한다. 그러나 그를 가두게 했던 인물은 그가 아닌 에버그린(유지태)이다. 에버그린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테이프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오대수는요, 말이 너무 많아요. 그게 정말 누군가를 15년 동안 감금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인가? 멀지 않은 곳에서 대수는 에버그린과 대면하게 되고, 5일 안에 감금된 이유를 스스로 알아내면 자신이 죽어주겠다는 그와의 게임이 시작되었다. 대수는 미도와 함께 그 실마리를 풀어가기 시작하고, 그녀와 사랑을 나누는 관계로까지 발전한다.
에버그린은 대수가 졸업한 상록고등학교 동창회 홈페이지 이름이었다. 고등학교 때의 기록과 기억을 찾아가던 대수는 에버그린이 동창 중 한 명인 이우진(유지태) 임을 알게 된다. 우진에게는 자살한 누나 이수아(윤진서)가 있었고, 대수는 전학 가기 전 날, 우진과 수아가 교실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목격했던 것을 기억한다. 대수는 그 은밀한 사건을 단짝 친구인 주환(지대한)에게만 얘기해주고 전학을 갔었다. 그러나, 소문은 학교와 온 동네에 퍼졌고, 수아는 상상임신을 하게 되고, 결국, 자살을 했다. 우진은 복수심의 괴물이 되어 훗날, 그 죗값으로 대수를 15년간 감금하고, 그와 그의 딸을 부모와 자식이 아닌, 남녀로서 사랑하는 관계가 되게 했다.
복수가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영화는 오대수와 이우진이 복수심을 키워가고, 그것을 표현해 내며, 스토리를 전개해간다. 장면의 비중 상, 올드보이는 최민식의, 최민식에 의한, 최민식을 위한 영화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정신적 지주는 이우진(유지태)인 것이 사실이다. 그까짓 말 한마디 때문에 사람을 15년이나 가둔 거예요? 누군가는 미도처럼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무심코 던진 무엇에 개구리는 죽을 수 있듯이, 그 무엇이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그 크기가 모래알이든 바윗덩어리든 그의 마음속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 일 것 아닌가? 그게 우진이 평생 느끼던 마음이었고, 대수가 드디어 찾아낸 복수의 시작이었다.
우진의 펜트하우스에서 대수에게 던지고 자문자답했던 그 문장도, 굉장히 안정된 톤이었지만, 듣는 이에겐 깊은 울림이 있었다. 당신이 그날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바로, 그냥 잊어버린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당신에겐 의미 없는) 남의 일이니까. 대수가 에버그린이 우진이란 것을 알아내고도, 감금의 원인을 그렇게 힘겹게 찾아낸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날의 일은 수아에게는 생을 달리할 만한, 우진에게는 평생 복수심을 키워준 큰 사건이었지만, 대수에게는 정말 대수롭지 않은, 전학 가기 전날, 다소 자극적인 이야깃거리였으니 말이다.
우진의 복수극은 결국, 대수 스스로 혀를 자르고, 본인도 자살을 하며 막을 내렸다. 그가 기대하던 결말이었을까, 아니면 5일 동안 게임의 규칙을 지키기 위함이었을까? 누나가 자살 한 이후로, 평생을 복수를 꿈꾸며 살아왔던 그의 말대로, 복수가 끝나니, 숨어있던 고통이 다시 찾아온 듯하다. 그 선택이 어느 쪽이었든, 안쓰럽고, 또한 잔인한 결말이었다. 이제는 기억을 지우고 싶었던 대수의 결말도 어찌되었는지 알 수 없는 미소만 남긴 채, 슬프고 안타까웠다.
총평
영화 속 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쌓아놓고, 때론 순간순간 저지르고 싶어 하는, 살기 어린 복수심을 박찬욱 감독은 특유의 과장된 지나침으로 잘 표현해, 또 하나의 명작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영화의 작품성은 인정하지만, 솔직히, 영화를 보고 난 후 마음이 무겁고 편하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 또한, 감독의 의도라면, 그는 천재임이 분명하다.
영화는 보는 이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그때, 그들이 15년이라고 말해줬다면, 조금이라도 견디기가 쉬워졌을까? 우리 인생이 언제까진 인줄 알고 살아간다면, 당신의 하루하루가 값지고 행복할 수 있을까? 우진과 수아는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서로 사랑을 했다. 대수는 그럴 수 없어, 기억을 지우려 하지만, 미도의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에 모든 기억이 되살아 난 듯한 표정이었다. 영화는 거기까지였지만,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는 대수도 끝내 스스로 생을 달리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게 우진이 기다리던 최후의 결말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과장되고 지나친 설정이라고 해도, 메시지의 흐름은 우리의 경각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다른 누군가에 관한 얘기를 할때는 내 입장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하라. 아니, 애초에 남의 얘기는 함부로 하지 마라.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는 죽을 수 있다. 그 크기가 모래알이든 바윗덩어리이든 물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이다. 언제나 말과 행동을 삼가고 조심하라. 당신의 혀가 누군가의 삶 전체를 크게 바꿀 수도 있다.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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