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지운
출연: 이병헌, 김영철, 신민아, 김뢰하
개봉: 2005.04.01.
제목: 달콤한 인생
달콤한 인생 줄거리
강사장(김영철)의 호텔 스카이라운지 지배인으로 일하는 선우(이병헌)는 지하 클럽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놈들이 있다는 직원의 보고에 후배 민기(진구)와 함께 그들을 처리한다. 그들은 함께 일하는 문석(김뢰하)과 관계하던 백사장(황정민)의 부하들이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문석은 강사장의 눈 밖에 나게 되고, 선우는 더욱 신뢰를 얻게 된다.
강사장은 선우에게 3일 동안 상하이 출장이 있다며, 그의 젊은 애인 희수(신민아)를 3일 동안 감시하고, 필요하면 알아서 처리하라고 지시한다. 선우는 다음날, 강사장이 준비한 선물과 함께 희수를 찾아가 만나게 되고,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희수의 동선을 감시하던 선우는 마침내, 그녀와 그녀의 다른 남자 친구의 관계를 현장에서 발각한다. 그러나 희수의 눈물 때문인지, 그의 마음이 희수에게 움직인 것인지, 강사장의 지시를 어기고, 그들의 관계를 눈감아준다.
한편, 호텔 클럽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백사장은 오무성(이기영)을 통해 선우에게 사과를 요구하지만, 선우는 무성을 무시하듯 단호하게 거절하며 돌려보낸다. 결국, 선우는 백사장의 동남아 조직원들에게 납치를 당하고, 어느 폐공장에서 온몸이 포박당한 채 깨어난다. 선우는 눈앞에 나타난 백사장의 복수로 짐작했지만, 배후에는 놀랍게도 문석과 강사장도 함께 있었다. 그를 생매장시키려던 그들의 계획에도 선우는 그곳을 가까스로 탈출하고, 민기를 통해 옷가지와 현금을 도움받는다. 희수의 집 앞에 선물을 전한 선우는 모두와의 전쟁을 위해, 무기밀매상을 찾아간다. 거래처 심부름꾼으로 위장했던 선우는 신분이 탄로 나자, 총기상 조직 모두를 사살하고 복수의 장소로 떠난다.
독기와 무기를 함께 품은 선우는, 먼저 오무성을 응징하여 백사장을 약속된 장소로 불러내고 끝내, 그의 인생을 구멍 낸다. 강사장의 호텔로 찾아간 선우는, 지하 클럽에서 문석을 자비심 없이 제거하고, 스카이라운지에 올라가 강사장과 마주한다. 복수에 앞서, 강사장이 진정 자신을 죽이려 했는지,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진심을 묻지만, 그에게서 돌아온 것은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다는 인정할 수 없는 대답뿐이다. 결국, 강사장과 그의 조직원들을 피 튀기는 총격전 끝에 모두 사살한 선우는 희수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나 그는 희수에게 단 한마디의 말도 전하지 못하고, 그녀의 첼로 연주에 미소 짓던 달콤한 기억만을 간직한 채, 무기밀매상의 동생 태구(문정혁)의 복수의 총알에 너무도 가혹했던 그의 인생의 막을 내린다.
달콤한 추억을 간직한 쓰디쓴 인생
영화는 선우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제자가 스승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봄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는,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것입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것입니까? 스승이 웃으며 말했다.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이 영화에서 바람은 암시적인 존재이다. 잠시나마 희수에게 흔들리고 움직인 선우의 마음을 표현한 은유적 상징물(Metaphor)이었다. 희수를 만나러 간 그녀의 집 앞에서, 앞으로 일어날 선우의 마음과 상황을 암시하듯, 강렬한 바람이 휘날렸다. 선우가 희수에게 좋은 감정을 느꼈던 것은 사실인 듯하다. 강사장과 모든 빌런들을 제거하러 가기 전, 그는 그녀가 유심히 보았던 스탠드를 기억하고, 그녀의 집 앞에 선물로 놓고 간다. 그녀와 앞으로 좋은 관계를 원했던 것보다는, 곧 끝날지도 모르는 본인의 쓰디쓴 인생의 마지막에, 잠시나마 아련했던 애정의 마음을 표현한 듯하다.그의 인생이 끝나갈 때도 잔잔한 바람이 그의 곁에 불어왔다. 단 한 번의 웃음기도 없었던 선우의 얼굴에 그토록 순수한 미소를 짓게 했던 것은 희수의 첼로 연주와 그를 바라보며 웃어주던 그녀의 눈빛이었다. 그렇게 한순간 달콤했지만, 참으로 쓰디쓴 인생의 마지막에 선우는 스승과 제자의 대화를 다시 읊조렸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자, 스승은 제자에게 혹시 무서운 꿈이나, 슬픈 꿈을 꾸었는지 묻는다. 그러나 제자는 달콤한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꿈은 누군가의 노랫말처럼 이루어질 수 없어 슬피 울고 있었다.
총평
올드보이가 최민식이 다 한 영화였다면, 달콤한 인생은 이병헌의, 이병헌에 의한, 이병헌을 위한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다. 우두머리 역할 전문가 김영철, 이병헌과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캐릭터의 김뢰화와 적은 분량의 특별 출연에도 존재감이 남달랐던 황정민의 연기 또한 칭찬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영화는 흥행에서는 큰 수확을 거두지 못했지만, 다이내믹한 격투씬과 총격씬, 그리고 웅장한 사운드로 정통 누아르 영화 중,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확실한 마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왜 그랬어요? 말해봐요.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인생은 고통이야, 등의 문장은 아직도 코미디와 시트콤에서 패러디되고 있을 만큼 인상적인 명대사들이었다.
그런데, 강사장이 선우를 끝내 죽이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이 자신의 애인에게 흔들렸던 선우의 마음에 대한 질투심과 그로 인한 모욕감 때문이라면 정말 너무나 가혹하다. 오야(두목)가 잘못된 게 있다고 주장하면, 잘못된 게 없는데도 잘못한 사람은 나와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조직의 철학도 선우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명분이 되기에는 너무도 잔인하다. 질투심, 모욕감, 혹은 조직의 원칙이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할 수는 없는 것이지 않은가? 아마도 무자비한 액션을 통해 김지운 감독이 강력하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누아르가 아닌 생명, 인생의 소중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선우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희수와 남자친구의 목숨을 위협하지 않고 눈감아 주는 것이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던 것처럼, 문석에게 생매장 당했다가 가까스로 탈출해서 울부 짖었던 그 대사처럼 말이다. 그 누구든 사람의 목숨을 장난감 다루듯 하면 안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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